Work Note

작가노트 

표현우

 현실적인 삶으로 대변되는 도시에서 벗어나 마을의 골목길을 들여다보고 담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체험적 공간인 도시가 아닌 삶의 흔적이 남겨지고 만들어지는 곳에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골목은 도시가 기억하는 모습이고 시간이 담긴 삶의 역사이다. 
서울의 여러 비슷한 곳들을 찾아다니며 그린 것을 시작으로 이 연작은 연고지로 배경을 넓혀간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여러 마을의 골목길은 우리들의 집 바깥에 걸친 공유지다. 관계하고 소통하는 공간, 삶의 순환이 이어지는 곳들을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에 관계한 장소가 갖고 있는 내러티브와 정서적 상호작용을 통한 감정들을 시각적인 표현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현대사회의 빠른 발전과 변화 속에 사라져 가는 곳들에 담긴 삶의 흔적들을 회화를 통한 형태의 기록과 더불어 장소가 주는 감정을 담아내려고 하였다.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모습이 공존하고 관계하며 살아가는 곳들에서 느껴진 다양한 감정들이 내밀한 반응을 이끌어 시각화되고 있다.
 마을의 골목길 어딘가부터, 구불거리는 오르막길, 높은 계단, 막다른 길들이 그동안 늘 마주치던 도시의 공간과는 사뭇 다르다. 낯설게 느껴지는 감정부터 익숙하고 안정을 주는 곳들은 과거의 어디쯤으로 인식되며 다가온다. 도시의 거듭된 발전 속에 변화되고 사라지는 환경은 과거의 모습과 더불어 기억과 흔적의 상실로 이어진다. 

 상실된 시공간과 갈망했던 미래가 뒤섞인 기억은 내면의 순례기가 되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장소로 안내하듯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은 풍경과 연결되고, 장면은 이야기로 이어진다.
 관계한 장소들을 통해 삶에 대한 방향성과 모호한 경계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을 담아내려 한다. 그리고 작업을 통해 일상에 지친 마음의 경계를 풀고 작가의 일상이 담긴 장소를, 기억의 순간을 눈앞에 떠오르게 하여 교감하고자 한다. 

 더불어 삶 곳곳에 시간의 단면들을 드러낸 자연의 모습들을 심상의 풍경들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시사철 피고 지는 자연의 모습은 생명의 생동감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자연은 시시각각 변화하며 형상의 변화를 인지시켜주고 그곳에서 가치를 드러낸다. 사람의 감정이 고여 멈춰있지 않고 변화하듯 자연도 계속해서 모습을 달리 보여준다. 자연은 일상을 벗어난 나의 몸과 마음을 훨씬 더 섬세하게 인식하도록 만들어준다. 
 자연과 삶의 순환을 관찰과 사색을 통해 포착하고 도심의 서정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함을 담아내고자 한다.